변기 안쪽 아래에는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지 못하게 늘 물을 머금고 있는 굽은 길이 있습니다. 평소에는 고마운 구조지만, 휴지를 한꺼번에 많이 넣거나 물에 녹지 않는 것을 흘려보내면 바로 그 굽은 자리에서 걸려 버립니다. 천안의 원룸처럼 화장실이 단 하나인 집은 변기가 막히면 그날 생활이 멈추다시피 하고, 아파트와 빌라는 공용관과 이어져 있어 자칫 아래층까지 번집니다. 막힌 걸 알아챈 순간부터 작업 뒤까지 차례로 정리했습니다.
레버를 한 번 더 누르고 싶어질 때 멈춰야 하는 까닭
물을 내렸는데 수위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변기 테두리 쪽으로 올라온다면, 다시 레버를 누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셔야 합니다. 물탱크에 새로 찬 물이 그대로 쏟아지면 바닥까지 넘칩니다. 변기 뒤 벽면 아래쪽의 급수 밸브를 잠가 두면 물탱크에 물이 더 차오르지 않습니다. 넘칠 듯 아슬아슬하면 바가지로 조금 퍼서 양동이에 옮기십시오. 휴지가 조금 많았던 정도라면 잠시 기다리는 사이 물에 풀려 스르르 내려가기도 합니다.
고무 흡입기를 쓰신다면 천천히 눌렀다 당기기를 몇 번만 해 보시고, 그래도 안 되면 손을 놓으십시오. 힘을 주어 계속 펌프질하면 변기 밑동과 바닥 사이 이음이 헐거워질 수 있습니다.
막히기 전 무엇을 내렸는지 되짚어 보고 전화하기
연락을 주시기 전에 막히기 직전 무엇이 내려갔는지 한번 되짚어 봐 주십시오. 휴지를 두껍게 뭉쳐 넣었는지, 물티슈나 생리대가 들어갔는지, 휴대폰이나 칫솔 뚜껑, 아이 장난감처럼 딱딱한 물건이 떨어졌는지에 따라 챙겨 갈 장비가 다릅니다. 물에 풀리지 않는 물건이라면 흡입기로 더 밀어 넣지 말고 그대로 두셔야 꺼내기 쉽습니다.
변기에 뚫는 약을 부으셨다면 그 이름도 알려 주십시오. 고인 물에 섞인 약 성분을 먼저 확인하고 장비를 넣습니다.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아침까지 버티기 어려운 밤이나, 식구가 다 모인 공휴일이라도 기다리지 마시고 전화하십시오. 그때도 출동합니다.
도착하자마자 석션으로 변기 속을 비우는 이유
현장에 들어서면 먼저 변기 안에 찬 오수를 석션으로 빨아 비웁니다. 물이 빠져야 굽은 길 입구가 드러나고, 무엇이 어디쯤 걸렸는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. 같은 욕실의 세면대나 바닥 배수구도 함께 더디다면 변기 속이 아니라 그 뒤쪽 관이나 공용관 문제라서 살피는 범위를 넓힙니다. 걸린 곳을 확인한 뒤에야 방법과 비용을 말씀드릴 수 있고, 그 비용에 동의하셔야 장비를 넣으며, 마친 뒤에도 그 액수만 받습니다.
불은 휴지 뭉치와 빠뜨린 물건을 끌어올리는 방법
물에 불어 떡처럼 뭉친 휴지와 물티슈는 변기 전용 스프링을 넣어 풀어 헤치거나 끝에 걸어 끌어냅니다. 굽은 길을 지나 더 안쪽에서 단단히 굳었다면 플렉스샤프트로 부숴 통로를 냅니다. 딱딱한 물건은 밀면 밀수록 더 깊은 관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, 내시경 카메라로 자리를 먼저 확인하고 위로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업합니다. 안쪽에 꽉 끼어 위에서 꺼내기 어려운 물건이라면 변기를 바닥에서 들어내야 할 수도 있는데, 그럴 때는 손대기 전에 먼저 상의드립니다. 공용관까지 휴지와 기름이 엉켜 있다면 고압세척으로 관 벽을 씻어 냅니다.
다시 막히지 않도록 변기에 넣을 것만 정해 두기
작업을 마치면 물을 여러 번 내려 시원하게 빠지는지, 변기 밑동 이음 사이로 물이 새지 않는지 함께 확인합니다. 그 뒤로는 화장지와 용변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것을 집안 규칙으로 삼아 주십시오. 포장에 물에 녹는다고 쓰인 물티슈라도 관 속에서는 휴지처럼 금방 풀어지지 않습니다. 여러 세대가 관을 나눠 쓰는 원룸과 빌라라면 화장실 거울 옆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을 적은 쪽지를 붙여 두면 드나드는 사람 누구나 헷갈리지 않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
아이가 변기에 장난감을 빠뜨리고 물까지 내렸어요
레버에서 손을 떼시고 그 상태 그대로 두십시오. 물건이 굽은 길에 걸려 있을 때가 꺼내기 가장 쉽습니다. 무엇을 넣었는지, 크기와 모양이 어떤지 알려 주시면 맞는 장비를 챙겨 갑니다.
변기를 들어냈다가 다시 쓸 수 있나요?
걸린 물건을 꺼낸 다음 변기를 원래 자리에 앉히고 바닥 이음을 다시 맞춥니다. 변기 몸체가 깨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이어서 쓰시면 됩니다.
물은 빠지는데 내릴 때마다 꿀럭 소리가 납니다
완전히 막히진 않았지만 뒤쪽 관 어딘가가 좁아져 공기가 제때 빠지지 못하는 상태로 보입니다. 세면대나 바닥 배수구에서도 같은 소리가 함께 들린다면 더 커지기 전에 뒤쪽 관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.
